딸 입술이 붓다...
어제 낮.
아이 학원을 보내기 전.
딸에게
과일 사러 다녀올 건데
어떤 과일이 먹고 싶은지 물으니
딸기가 먹고 싶다 했다.
딸기는 조금 더 지나야 맛있을 것 같다고
다른 과일은 어떤 거 먹고 싶은지 물으니
그럼 귤 사달고한다.
동네에
조금은 비싸지만
맛이 보장된 과일집이 있어서
귤을 사고
고구마를 사고
홍시? 반건조는 아니고 껍질 까서
속은 말캉하고 겉만 말려진 홍시? 랑 딸기를 고민하다
둘 다 사 왔는데...
4개 사고
45,000원이 나왔다.
양은.!
다른 과일집보다 확연히 적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과일에 꽂힌 나는
이 무거운 걸 들고 오면서
딸이 좋아하겠구나란 생각을 하며
집에 왔다.
태권도를 어쩌다 2 타임하고 집에 오니
오후 5시 반.
어제오늘 미세먼지가 심했던 탓에
우선 아이 샤워부터 시켜준 후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먹은 아이에게 후식으로
낮에 사 왔던 과일을
들뜬 마음으로 준비해 줬는데....
제일 먼저 말캉한 홍시는
한 입 먹더니
원하던 게 아니라고 안 먹고 싶다고 쓰윽 밀기에
태권도 가기 전에
에어후라이기로 구워 둔 고구마를 꺼내줬다.
5개의 고구마 중 한 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막 구워서 나왔을 때
바삭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잘라놓은 게 있었는데
태권도를 한 타임 더 하는 바람에
바삭이 아니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헉
안 되겠다 싶어
귤 먼저 먹고 있으라고 한 뒤
먹고 싶어 했던 딸기를
베이킹파우더에 짧게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서 줬다.
원하던 맛이 아니었는지 잘 먹지 않기에
천천히 쉬엄쉬엄 먹으라고
보고 싶어 하는 마법천자문을 틀어준 뒤
씻으러 갔는데
다씻고 물기를 닦고 있는데
아이가 입술이 아프다며 화장실에 왔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은 탓에
딸기 먹다 깨물었냐 물으니 아니란다.
따갑다고 하기에
바셀린 바르라 했더니
급했는지 이미 발랐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보니
입술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일단 물로 깨끗이 씻고
바셀린 바르자고 말한 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타올로 감싸고
급히 발라줄 만한 연고가 있는지 찾아보니
없다.
신랑한테 전화해서
약국 들렸다 오라하니
직접 데리고 다녀오라는 말에
아이 입술 한 번 더 보니
더 부어오르고 있어서
전화 끊고 집 앞에 있는 약국이 아니라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들이 6~7명 있기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으니
20~30분 기다려야 한다고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앞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우리 뒤로 오는 사람들도
독감 환자들이...;;;
30분 정도 지나 진료를 봤고
다행히 부어오르던 입술은
기다리는 동안 가라앉고 있었다.
아직도 가려움과 따가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진료를 봤고
의사샘은
혹시 모르니 약 한 번 먹이고
자는 동안 잘 살펴보라고
내일 일어났을 때 괜찮으면
약은 더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세상에 딸기 먹고 입술이 부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8년 동안 지내면서
딸기를 잘 먹었고
많이 먹었고
많이 좋아라 했는데
이제 딸기 먹기 싫다고 한다...ㅜㅜ
검색해 보니
농약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하는데
앞으로 딸기는 다른 과일가게로 가야겠다.
아무리 비싸고 맛 좋다 소문나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하루였다.
아프지말자 딸아.
